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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숨고르기’ 들어간 VR시장

2016년 숨가쁘게 달려왔던 가상현실(VR) 업계가 2017년에 들어서면서 예상과는 달리 다소 정체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VR 업계가 잠시 쉬는 ‘숨고르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6년은 그야말로 VR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해였다. 연초부터 구글 ‘카드보드’에 기반해 스마트폰을 활용한 저렴한 VR 체험 헤드셋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Lift)’와 ‘HTC 바이브(Vive)’, ‘플레이스테이션 VR(Playstation VR)’ 등의 고급 VR HMD(가상현실 헤드셋) 제품들이 잇따라 정식 출시되자 봇물 터지듯 VR 관련 산업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2016년 다양한 VR헤드셋 신제품들이 쏟아져나오면서 VR 시장도 급속도로 확대됐다.

단순히 가만히 앉아 360도 영상을 보는 것이 전부였던 VR 시장은 불과 반년만에 4D 체감장치와 연계되어 시각적은 물론 물리적으로도 더욱 사실적인 가상현실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던 콘텐츠는 전용 콘트롤러를 통해 이용자가 직접 가상현실 속의 오브젝트와 상호 작용하는 인터렉티브한 콘텐츠로 진화했다.

등에 메는 백팩형 VR PC도 등장했다. 이용자들은 케이블의 제한없이 자유롭게 가상 공간을 직접 자신의 발로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기술적으로는 현실과 직접 연동되는 AR(증강현실)에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통합된 개념인 MR(융합현실)까지 논하게 됐다.

그렇게 2016년 한 해는 가상현실 기술로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새해인 2017년이 되면서 시장 분위기는 오히려 차분하다. 매년초 한 해의 신기술 이슈를 점검하는 미국 ‘CES(소비자 가전 쇼)’에서는 상대적으로 인공지능 및 이에 기반한 자율주행차가 더욱 주목을 받았다. VR쪽에만 쏠려있던 소비자들과 업계의 시선도 분산된 상황이다.

연초부터 VR 시장이 주춤한 이유는 이미 당장 보여줄 수 있는 것은 2016년 내에 몽땅 보여준데다,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눈덩이처럼 늘어났기 때문이란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람으로 치면 과식으로 인한 소화불량에 걸린 셈이다.

먼저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본격적인 VR 열풍에 불을 당긴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의 가격은 2016년 12월 기준으로 VR HMD 본체에 전용 콘트롤러까지 합해 799달러다. 세금 및 배송비용까지 포함하면 900달러~1000달러에 육박한다. 실제로 2016년 11월 국내 정식 출시된 HTC 바이브의 정식 출고가격은 125만원에 달한다.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만한 가격은 아니다.

비싼 비용에 비해 가상현실 공간의 ‘화질’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발목을 잡았다. 스마트폰 기반 VR에서도 지적된 ‘반응속도’는 어느정도 해결됐지만 화질을 결정하는 ‘해상도’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코앞에 둔 소형 디스플레이를 어안렌즈로 확대해 보는 현재의 VR HMD들은 액정 화면(LCD) 특유의 화소간 격자가 모기장처럼 눈에 보이는 ‘스크린도어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VR 시장 확대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시 즐길만한 ‘콘텐츠’의 부족이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콘텐츠’다. 비싼 VR 하드웨어 판매를 책임질만한 ‘킬러 콘텐츠’가 현재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게임 유통 채널인 ‘스팀(Steam)’을 중심으로 1000여종에 달하는 VR 콘텐츠가 출시됐지만 대부분 중소규모의 인디 개발팀들이 기술 시범 형태로 선보인 콘텐츠가 거의 대부분이다.

국내 VR 콘텐츠 전문기업 민코넷의 김태우 대표는 “2016년 새로운 VR 하드웨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불과 반년의 시간은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콘텐츠를 선보이기에 너무도 부족한 시간이었다”며 “(소비자들을 확실히 만족시킬 만한)제대로된 VR 콘텐츠를 만들려면 적어도 2년 정도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VR 콘텐츠 부족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2017년 VR 시장은 기술적으로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한편, 구글의 ‘데이드림’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콘텐츠 개발의 부담도 적은 ‘모바일 VR’이 VR 기술의 대중화와 시장 확대를 주도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물론 2017년초 VR 시장이 마냥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매년 2월 출시되는 세계 최대의 모바일 전시회에서 구글의 차세대 모바일 VR 플랫폼 ‘데이드림’을 지원하는 차세대 고성능 스마트폰이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2016년 11월 출시된 데이드림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현재 구글이 자체 출시한 ‘픽셀’ 뿐이다.

윈도 운영체제로 친숙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텔 등과 손잡고 개발하는 ‘윈도 VR(가칭)’ 기기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4월로 예고된 윈도 10의 2번째 메인 업데이트 ‘크리에이터스 업데이트’와 함께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윈도 VR’ 기기들은 기존의 VR 헤드셋 제품들에 비해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일 전망이다.
이미 VR 기술은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차세대 5G 통신 기술, IoT(사물인터넷) 등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중 하나다. 지금의 VR 시장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한 셈이다.